일본 오봉은 왜 명절인데 공휴일이 아닐까?
한국의 추석, 중국의 중추절, 미국의 추수감사절처럼 일본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본 오봉(8월 13ㅡ16일)이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라고 하는데, 막상 일본 여행을 가면 한국 추석처럼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는 분들이 많아요. 실제로 일본 오봉은 법정 공휴일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오봉 기간에 대부분의 직장인이 여름 휴가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일본판 추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공휴일이 아닌데도 일본인들이 오봉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까요? 그 이유를 한국 추석과 비교해서 설명해 드릴게요.

일본 오봉, 왜 추석만큼 ‘명절’ 느낌이 안 날까?
1. 조용하고 개인적인 ‘조상 기리기’ 문화
한국의 추석이 송편을 빚고 차례를 지내며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명절’의 느낌이라면, 일본의 오봉은 돌아가신 조상의 영혼을 조용히 맞이하고 기리는 ‘불교 의례’의 성격이 강해요.
집집마다 정령마를 만들고, 불단에 공양을 올리는 것은 개인적인 가정사로 여겨지기 때문에, 한국처럼 TV에서 명절 특선 프로그램을 방송하거나 대규모의 귀성길 뉴스를 다루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2. ‘공휴일’이 아닌 ‘여름 휴가’ 문화
일본은 법적으로 정해진 오봉 공휴일이 없습니다. 대신 직장인들이 여름 휴가(夏休み, 나츠야스미)를 오봉 기간에 맞춰 쓰는 경우가 많아요. 이 때문에 8월 중순에는 전국적인 귀성 행렬이 이어지지만, ‘공휴일’이라는 공식적인 명절 느낌보다는 ‘여름 휴가’라는 개인적인 휴식의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오봉 문화: 조상님을 맞이하는 특별한 시간과 축제
오봉은 불교에서 유래한 명절로, 돌아가신 조상의 영혼이 현세로 돌아온다고 믿는 시기입니다. 한국의 추석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방문하고 성묘를 합니다.
- 정령마 (精霊馬): 오이와 가지에 나무젓가락을 꽂아 말과 소 모양의 ‘정령마’를 만듭니다. 이는 조상님의 영혼이 오이 말처럼 빨리 오시고, 가지 소처럼 천천히 돌아가시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해요.
- 오봉 축제: 오봉 기간에 열리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봉오도리(盆踊り)**입니다. 조상님들의 영혼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한 춤으로, 지역마다 독특한 춤사위와 음악이 전해 내려옵니다. 밤이 되면 야외에 설치된 무대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춤을 추며 축제를 즐깁니다. 도쿄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오봉 축제들이 있습니다.
- 츠키지 혼간지 봉오도리: 독특한 외관의 절에서 열리는 대규모 축제입니다.
- 롯폰기 힐즈 봉오도리: 현대적인 도시 풍경과 전통 춤이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축제입니다.
- 칸다묘진 봉오도리: 유서 깊은 신사에서 열려 전통적인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츠키지 혼간지 봉오도리: 독특한 외관의 절에서 열리는 대규모 축제입니다.
오봉에 먹는 특별한 음식
오봉은 조상님께 공양을 올리는 기간이므로, 육류나 어류를 사용하지 않는 쇼진 요리(精進料理)를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소면 (そうめん): 여름철에 시원하게 먹는 소면은 오봉의 대표 음식입니다. 얇고 긴 면은 행복과 장수가 이어지길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 오하기 & 당고 (おはぎ & 団子): 팥으로 만든 찹쌀떡인 오하기와 경단인 당고는 조상님께 올리는 공양물이자 가족이 함께 나눠 먹는 간식입니다.
- 포장마차 음식: 축제 분위기로 가득한 봉오도리 현장에서는 야키소바, 타코야키, 오징어 구이 등 다양한 포장마차(야타이)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오봉은 비록 법정 공휴일은 아니지만, 조상에게 감사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추석과 매우 닮아있습니다. 혹시 여름에 일본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밤하늘 아래서 펼쳐지는 봉오도리의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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